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읽고 재미와 교훈을 함께 얻어야

김경집 승인 2024.03.02 16:59 | 최종 수정 2024.03.03 17:10 의견 0


유럽의 모든 신화의 뿌리이자 중심은 그리스 신화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고서 서양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뽑으라면 호메로스의 두 작품,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들 수 있다. 이 위대한 두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오디세이아’는 매력적이다. 삶의 긴 여정을 이보다 더 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읽다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일리아스’보다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다. 아마도 ‘일리아스’는 신들이 주인공이 되어 제멋대로 농간을 부리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오디세이아’는 신들이 나오긴 해도 제법 귀엽고 섹시한 여신들이 오디세우스라는 한 인간을 둘러싸고 벌이는 다양한 모험을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신들과 오디세우스의 관계도 질곡과 신난辛難이 얽혀있지만 꽤나 매력적이다. 신화는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관절이다.

이 신화가 이렇게 지금도 많이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신화는 인간 보편의 의미와 삶의 가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대단한 서사구조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신들과 마찬가지로 가이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신들과 동족이라고 한다. 즉 인류는 대지에서 자연히 생겨났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인간의 근원에 대한 신적 위대함의 가능성이 내재되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는 단순히 신들의 계보나 영웅들의 공적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계절에 대해 설명할 때에 죽음과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유괴하자, 그녀의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와 갈등이 벌어진다. 이 두 신의 갈등으로 세상의 계절변화를 설명할 수 있지만 이것은 하데스의 지나친 욕망이 초래하는 불행을 보여줌으로써 그 신화를 읽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절제와 균형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짐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스 신화가 전부 신에 관한 이야기로만 구성된 것도 아니다. 인간을 다룬 신화로는 오이디푸스의 전설이나 트로이의 전설처럼 복잡한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설명하는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도 있다. 그뿐 아니라 각 지방마다 말로 전해지면서 덧붙여진 해석, 새로운 자료를 첨가한 창작 등이 다양한 지층으로 쌓인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차차 확장되고 발전하여 커다란 체계를 형성하게 되면서 다양한 인간상, 사회상 등이 자연스럽게 투사되었다. 심지어는 원래의 신화와 완전히 동떨어지거나 상관없는 일화가 마치 야사처럼 끼어들어 한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서 2,500여 년 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하나의 위대한 문학 유산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는 시대와 초월한 인종을 인간 심리의 비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미술 등 문화의 각 분야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에 그리고 그 동력을 제공한 것이 바로 호메로스의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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