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융합(3)

김경집 승인 2024.01.25 08:00 | 최종 수정 2024.01.25 13:08 의견 0


네덜란드에는 램브란트라는 유명 화가가 있는데,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서 화가인 자신이 스스로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찰이 깊어졌다는 것이고,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주체성을 자각하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자화상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만큼 흔치는 않았다.

강소국 네덜란드 배우기의 진면목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그리고 다양한 맥락과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진짜 배우고 따라야 할 것을 가려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정 우리가 네덜란드를 통해 배위야 하는 것은 그 힘의 바탕에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었으며 그 힘이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존중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21세기 우리의 미래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속도와 효율만 강조되던 지난 세기 후반의 '패스트무빙(fast moving)'이라는 틀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유로운 개인의 가치가 압살된 게 사실이다. 물질적 풍요가 그러한 비민주성과 비인격성을 덮어버린 시기였다. 그러나 더 이상 그 틀은 유효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이미 그것을 뛰어넘어 창조와 융합의 시대, 즉 '퍼스트무빙(first moving)의 틀로 들어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과거의 틀 속에 갇혀 있다.

우리가 네덜란드에서 배워야 할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가 실현될 때에야 비로소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신념이 확립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으며, 그래야 우리가 꿈꾸는 바람직한 미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강소국 네덜란드의 진짜 힘,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신념이며, 그것이 보편적이고 당위적인 가치로 실현되는 데 있다.

지금이라도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붉은 악마'의 빨강이 정열과 확장의 의미인 것처럼, 오렌지 군단의 주황색도 오라네 공(公)의 자유에 대한 신념, 그리고 '자유로운 개인'의 공동체에 대한 강한 꿈이라는 것을 읽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달은 보지 못하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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