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융합(1)

김경집 승인 2024.01.12 11:47 | 최종 수정 2024.01.17 16:40 의견 0


콜럼버스는 1492년에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 이사벨과 페르난도 부부는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갖고 있는 터에 콜럼버스를 등용한 것이다.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믿고 불안한 항해를 계속한 결과 찾아낸 대륙이었다. 그러나 잘 아다시피 콜럼버스는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목숨걸고 대서양을 건넜고, 아메리카대륙을 찾으려고 떠난 것이 아니라 가려고 했던 곳은 인도였다. 인도에 가서 향료를 가지고 와서 큰 비즈니스를 하려고 했다.

당시에 유럽에서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판매하는 비단과 향료에 매혹되어 있었지만 아라비아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을 통해 들여오려는 비단과 향료의 가격은 너무 비쌌고 종교적인 이유로 육로 실크로드를 이용하기도 어려웠기에 해상으로 인도로 출발을 한 것이다.

콜럼버스는 낙타 대신에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면 인도와 중국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이를 시작으로 동방으로 가는 배가 줄을 잇기 시작한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안토니오는 배를 담보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목적으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아마 안토니오는 당시에 동방무역을 하는 돈 많은 선주였던 것 같다. 이 작품이 1596년경에 출간되었으니까 1500년대 후반의 유럽상황도 함께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592년 4월에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다. 임진왜란이다. 불과 20일 만에 도성이 함락되고 임금은 도망쳤다. 7년간의 전쟁으로 조선은 망가졌다. 이런 침략은 이미 1585년경에 대마도주에게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조선침략을 알렸다고 하니까 전쟁의 준비는 그 이전으로 보인다. 전쟁의 무기로 조총을 대량 생산해서 보유하게 되자 이러한 침략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조총을 포루투칼인에게서 1543년경에 구입한다. 유럽의 많은 배들이 중국을 향하다가 일본 규슈 남단의 다네가시마에 닿은 유럽 최초의 포루투칼 사람이 있었다. 당시 다네가시마의 영주인 도키타카는 지금돈으로 환산하면 1억엔의 거금을 드려 그에게서 두자루의 총을 구입한다. 그리고 총의 기능과 제작법을 익혀서 양산한다. 50여년간 일본의 다이묘들은 무력으로 다투고 패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했으며 이 경쟁의 과정에서 조총은 더 훌륭한 무기로 발전한다. 포루투칼인에게서 배운 조총 제작기술은 50년이 지나면서 유럽수준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다.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권력도 갖고 싶다. 콜럼버스의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항해가 계속되고 패권을 쥐고 싶어서 일본의 조총이 발전하고, 영토에 대한 욕심으로 임진왜란이 발생해서 이순신장군이 나타난다. 이렇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은 연결이 된다. 1492년과 1592년. 10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적 차이를 뛰어넘은 두사람의 만남은 그 사이에 펼쳐진 수 많은 사건과 변화까지 소환함으로써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입체적 사고력의 한 단면을 맛보게 해준다. 인간의 욕망을 연결하다보면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다. 이것이 생각의 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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