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올바른 소비선택을

기후위기 시대 소비자와 정부는 사람이든 상품이든 바른 선택을 해야 할 의무와 계도 책임이 분명히 있다

민경보 승인 2024.04.25 11:01 의견 0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구매자이다. 커피를 사면 커피 구매자이고, 커피를 마시면 커피 소비자가 된다. 구매와 소비는 함께 이루어지는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선택으로 시작한다. 조금 과장하면 일상이 선택이다. 그래서 유독 돈이 개입되는 구매 선택은 고민 없이 저지르는 수준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 원인은 가지가지이겠으나 현란한 표시와 혹하게 하는 광고가 아닐까 한다.

소비자는 영리하고 지혜로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품 한쪽에 작은 글씨로, 더구나 잘 모르는 전문용어 등으로 도배된 설명서를 읽기보다는 댓글이나 광고에 선택을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인증마크 제도는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고 선택을 돕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산품 인증마크는 산업표준화법에 의한 KS 인증제도로 시작되었다. 그 후 법정인증제도와 민간인증제도로 나뉘었는데, 법정인증은 강제인증과 임의인증으로 구분된다. 국민의 안전·보건·환경·품질 등과 관련된 법률에 근거해 강제되는 강제인증은 그간 5개 부처에서 13개 마크가 있었다.

그러나 부처별 인증기관이 다름으로 인한 번거로움은 물론이고 국가 간 거래에서도 상호인증이 되지 않아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에 따른 낭비가 많았다. 그래서 인증마크 통폐합을 위해 나섰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늦은 2011년에 KC(Korea Certification) 마크로 단일화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선택의 권리를 확보한 소비자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세계 어느 곳의 상품이든 직구(직접 구매)할 수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나 저가상품에서 안전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어린이용 가방에서 기준치의 55.6배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한다(4월 8일 KBS). 그러기에 c커머스(Collaborative Commerce)를 하거나 여행길에 구매를 할 때는 최소한 그 나라 공산품에 강제하는 마크 확인을 해야 한다. 주요 국가를 보면 미국은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유럽은 CE[Conformité Européené(European Conformity 프랑스어 표기)], 중국은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e), 일본은 PS(Product Safety) 마크를 공산품에 부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법정 임의 인증제도가 있는데, 강제 인증제도와 마찬가지로 관련 법률에 근거하고 있으나 자율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품질 향상 촉진과 기후변화에 따른 제품의 환경성 인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우선구매 등의 혜택(Incentive)이 뒤를 따른다. 녹색 제품을 예로 들어보면, 녹색제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 제2조는 환경표지(환경마크) 제품, GR(Good Recycled:우수재활용제품), 저탄소 인증제품 등으로 녹색 제품을 정의하고, 국가 조달에서 의무구매 혜택을 주고 있다.

출처:한국표준협회 홈페이지, 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홈페이지,
에코스퀘어 홈페이지

그렇기에 인증제도를 규제의 영역으로 보고 국무조정실은 매의 눈으로 감시〈규제정부포털 www.better.go.kr〉하고 있다. 실지로 매년 통폐합되거나 폐지되는 인증제도(마크)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인증은 법적 근거 없이 연구원이나 단체, 조합 등의 조직이 자체적으로 인증규정과 기준을 정하고, 그에 근거해 공정·품질 검사 등을 실시해 자체에서 만든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관리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으려고 애쓰고 있다.

인증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인증 취득 후에 기한을 정하여 재수검(再受檢) 받는 사후관리이다. 인증마크를 취득한 기업은 고품질의 제품을 균일하게 생산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안전한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사후관리에 불합격되면 인증서를 반납해야 하며 마크 부착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환경부는 매년 ‘환경표지 무단사용 시장감시단’을 구성해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조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지난 9일 ‘환경표지 인증취소 공고’가 났는데, 9개 기업이 인증기준 부적합 등으로 인증 취소되었다.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여러 곳에서 비명이 나오고 있다. 만에 하나 인증예산 삭감으로 사후관리가 부실해지면 인증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것을 관계 기관들은 명심했으면 한다.

유럽 소비자보호협력네트워크(CPC)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 역내 제품·서비스에서 친환경 주장의 53%가 모호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었으며, 40%가량은 근거가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친환경 라벨 230개 중 절반가량은 검증 절차가 매우 약하거나 미흡했다. EU 집행위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그린클레임(Green Claim)’지침을 제정하고 EU의회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친환경라벨’을 표기하려면 독립된 검증기관이 해당 내용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린워싱규정’을 어길 경우 연 매출 4%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대한 심사지침을 개정(‘23.9.1)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의류의 재활용 섬유 함량을 2%에서 3%로 늘리고서 ‘재활용함량 50% 증가’로 표시하게 되면 기술적으로 해당 표시는 사실이지만 재활용 섬유 1%를 더 사용한 것이 환경 개선이나 자원 절약을 했다고 보기 어렵기에 50%는 과장 표시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예시이다.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다. 특히 건축자재의 오름세가 대단해지니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산에 현혹되기 쉽다. 이미 스테인리스 중국제품을 KS 제품으로 둔갑시킨 사례가 나왔다(’23.11.21 KBS). 현격한 규격의 차이는 품질의 차이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건축자재는 가격보다 품질이 먼저이다. KS를 받은 녹색 제품을 건설시방서(Construction Specifications)에 못 박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벌칙(penalty)을 매기도록 법으로 정해야 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현 7.5%) 인상안을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22일에는 칠레가 먼저 중국산 철강 제품에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나섰다. 결국에는 소비자 손해가 국가손해로 귀결된다. 기후위기 시대 소비자와 정부는 사람이든 상품이든 바른 선택을 해야 할 의무와 계도 책임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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