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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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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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선생이 남긴 수없이 많은 예술적 가치 중에 가장 높은 경지로 칭송 받는 것은 아마도 <세한도(歲寒圖)>일 것입니다.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이 걸작은, 아마도 처음 보는 (특별히 개념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무슨 어린애 장난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추사는 그의 만년에는 그의 필치가 단순해지고 어린아이의 그것과 유사해집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차고 원초적이지요. 추사에 매료되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근본적인 힘에 이끌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가의 최고의 경지에 이른 바로 이 모습에 우리는 경외를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 뛰어난 학자이자 예술가는 세상이 다 아는 실력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만년은 크게 불행했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이란 것이 뭔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나온다고 믿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모든 글이 다 어떤 결핍에서 비롯한다던 이어령 선생의 말이 떠오르긴 하네요. 맞습니다. 모든 예술이란 어떤 고통과 번뇌를 바탕으로 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그는 제주 유배 생활 중에 우리가 잘 아는 이 뛰어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제자 이상적을 위해 그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절절한 그림이 나오기까지 그가 겪었던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추사는 이런 아픔을 모두 승화시킨, 담담하고 빈 공간에 난데없는 소나무 몇그루와 허술한 오두막 한채를 표현했습니다.
이런 한적한 그림에 우리가 끌리는 것은 그의 한획 한획이 담고 있을 크고 무거운 아픔을, 그리고 그것을 한껏 끌어올린 예술의 경지를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그림에 남긴 글,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後凋也)
이 짤막한 사연에 담긴 무거운 의미를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그리고 추사의 인장 역시 기억할만 합니다.
그는 이 도장 하나에도 사연을 담았습니다.
장무상망(長毋相忘)…..
오랫동안 잊지 않겠다던 추사의 마음, 오늘 하루를 가득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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