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처음으로 제3자 앱 스토어 설치 허용...실상은 '여전한 독과점'?

정원연 승인 2024.03.12 12:22 의견 0

애플이 15년 전 앱스토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아이폰에 제3자 앱 스토어 설치를 허용했다.

애플은 그동안 자체 앱스토에서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통제해 왔다.

이는 애플의 시장 독점을 우려한 유럽 연합(EU)이 빅테크를 규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시행하면서 강제로 내려진 결정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EU의 소비자들과 기업을 위한 업계의 승리로 축하받았다.

그러나 애플이 발표한 새 규정과 수수료 정책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이를 "갈취"라고 불렀다.

스포티파이는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 게임즈 등 많은 기업과 함께 애플이 대체 앱 스토어를 허용하도록 압력을 가해온 바 있다.

회색지대의 비즈니스

EU 의원들은 규정 변경을 통해 소규모 업체들이 수익성 높은 아이폰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카고 근처에 거주하며 EU에서 최초의 대체 앱- 스토어를 출시하려고 하는 전직 해커이자 사업가인 콜튼 아담스키(22)는 "애플은 개방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아이폰을 꽉 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6년 넘게 비공식 아이폰 앱 스토어를 운영해 왔다.

그는 이 비공식 앱 스토어를 “회색 비즈니스”로 표현하며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의 경계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EU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앱 스토어를 개설하는 것은 애플 약관에 위배되며, 공식 앱스토어가 아닌 곳에서 앱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과정은 사이드 로딩(side-loading)으로 알려져 있으며,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관행이다. 하지만 애플은 보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아이폰 출시 이후 이를 금지해왔다. 애플은 오랫동안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지금까지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이폰에 앱을 설치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애플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앱스토어를 사용하는 앱에 평균 30%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비싼 수수료는 논란이 됐지만, 애플은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 등 다른 스토어보다 악성 앱을 차단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콜튼의 (비공식) 앱 스토어를 통해 수백만 건의 비공식 앱과 게임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BBC가 콜튼의 서비스를 실험해 본 결과, 보안 경고를 무시하도록 휴대폰 설정을 변경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폰에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그는 비밀리에 앱 스토어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왔지만,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길 오랫동안 바랐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1월에 EU의 새로운 법률이 발표되자마자 바로 기회를 잡았다.

그는 "드디어 허용된 범위의 경계에서 운영되던 '회색' 스토어에서 정식 스토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판매업체이자 가장 부유한 사용자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콜튼의 스토어가 아이폰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큰 이득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콜튼과 그의 팀의 기쁨은 애플의 이용 약관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내 가라앉았다.

그는 애플의 약관을 ‘대부’나 ‘소프라노스’에 나오는 폭력배에 비유했다. 애플의 영역에 앱스토어를 열 수는 있지만, 애플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정지해야 한다는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신규 앱 스토어가 은행에 100만 유로(약 14억 원)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예치금이 이 수치 아래로 떨어지면 폐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이러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과거 사기성 스토어를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콜튼이 신용 한도를 확보한 지 몇 주가 지난 후, 애플은 앱 개발자들이 "좋은 평판"을 최소 2년 동안 유지됐다면 100만 유로(약 14억 원) 없이도 앱 스토어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콜튼이 넘어야 할 다음 장애물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었다. 애플은 신규 앱 스토어에 100만 다운로드 이후 다운로드 건당 50센트(약 600원)를 자동으로 청구한다. 애플은 이 ‘핵심 기술 수수료’가 보안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콜튼은 이것이 상점 주인의 사업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마피아에게 지불하는 소위 '보호비'와 같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누군가가 앱 스토어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는 여전히 애플에 50센트(약 600원)를 지불해야 한다.

콜튼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앱 스토어를 출시하기로 결심했다

한편 애플은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된 개별 앱에도 50센트 요금을 적용해 일부 인기 앱 제작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앱 개발자가 다른 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경우 애플에 지불해야 할 금액을 추정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다운로드 수치가 백만 건을 돌파하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수천 달러에 달할 수 있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하면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애플은 앱스토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판매되는 앱의 매출에 대해 17% 수수료를 부과해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은 현재 호스팅하는 앱의 99%가 규모가 작아 수수료를 줄이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 대변인은 "궁극적으로 개발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조건을 선택하는 유연성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콜튼에 따르면, 애플은 '대부'처럼 앱스토어에만 계속 등록해 달라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아는 많은 앱 개발자들이 화가 나고 속상해하고 있다. 이 핵심 기술 수수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며 “안드로이드는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안드로이드 휴대폰은 더 개방적이었으며, 삼성 갤럭시 스토어나 화웨이 앱갤러리와 같은 다른 앱 스토어를 허용했다.

정보 플랫폼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은 중국 외 지역에서 95% 이상의 앱 스토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의 자체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앱의 수익 또는 구독료의 평균 30%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 법안을 만든 EU 의원들은 아직 애플의 대체 앱 스토어 규칙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시행되면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콜튼은 그의 앱 스토어를 잘 운영해보겠고 밝혔다. 그는 "정말 힘든 일이지만 나와 우리 팀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왜냐면 이것이 아이폰의 미래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출처 :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kvw2x7k1g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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