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 매버릭> …. 벌써 나온 지 한참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늘 뒷북일 수 밖에 없는 까닭에, 이렇게 한참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몸도 지치고 머리도 전혀 안 돌아가고 있어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터에, 이 영화는 상당한 (time killing 적인) 매력이 있었다.
스토리도 간단명료하고 스피디 하면서도 스택터클 한 것이 소위 3 S (simple, speedy, spectacle)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직 학생일 때 나왔던 탑건 첫편의 풋풋하고 매력있던 탐 크르즈가 여전히 늙지도 않은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그는 나보다 한 살 많다고 알고 있다.)
조금 단순하기는 하지만,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고 공간을 전부 다 활용하는 영상도 좋았다. 아무튼 이 영화 덕에 하루 저녁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난 후 그래도 여운으로 남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영화에 여운이..?’
스스로도 이런 기분이 이상했다. 그만큼 영화 자체는 별 내용은 없었다.
놀랍게 늙지 않는 탐 크루즈와 만만치 않은 제니퍼 코넬리(…그녀는 70년생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의 탐 크루즈에 비할 바는 못된다.), 하지만 겨우 환자 역을 하고 마무리 하게 된 (노령에 접어든) 발 킬머와 그가 스러져가는 후광처럼 얼핏 전해주던 카리스마 넘치던 옛날의 그 기억….
이런 기억들이 다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런 것들이 여운으로 남기는 조금 어려워 보였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이유에 대해 한참을 그런 생각을 하다 겨우 떠올린 것이 있었다. 이 내용은 초반에 스치듯 지나가서 인상에 강하게 남지 않았던 것 같다.
초반에 탐 크루즈는 원래의 이미지 대로 권위에 도전하고 마음대로 행동을 하다 제재를 받게 되는데, 이를 배려해준 옛 동료 아이스맨(발 킬머) 덕분으로 탑건 팀으로 돌아가 새로운 팀원을 교육하게 된다.
그 즈음의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 결국 파일럿이 불필요한 세상이 올 것이다. 미래에는 자동화된 무인 공격기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상관의 말에 탐 크루즈는 돌아서며 이런 말을 한다.
“Not today, sir.”
영어 특유의 유머와 촌철살인 식의 멘트다. 하지만 이런 멘트는 또 아주 흔히, 많은 영화에서 혹은 다른 내용에서도 나온다.
그럼….. 뭐가 인상에 깊이 흔적을 남겼을까?
처음에는 잘 설명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이 이상했던 느낌은, 최근 내가 생각하는 개념과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최근이라 할 것도 없이 한참 동안을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두려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있으면 기계나 AI가 우리 일을 대신하고, 산업을 모두 도맡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그 중 완전 도태되는 직업도 생길 것이다…..
바로 이 내용이 그 장면에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 엮여 들어왔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이입된 내용이 내 머릿속에서 떠돌고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에서 탐 크루즈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 집단의 미래에도 불구하고 그의 직책과 상황에 고착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량은 이제 저물어가는 황혼처럼 보인다. 멋지다는 걸 빼고 나면 그닥 쓸모 없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한 것이다. 그도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곧 종말이 오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주인공 답게 그 모든 우려와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선다. 그리고 한마디에 그의 모든 의지와 심정의 정수를 담았다.
겨우 두 단어로 말이다.
“NOT TODAY!”
그래, 아무리 암울하게 보여도 그게 오늘은 아닌 것이다.
지금 시간에 우리는 또 갈 길이 있다. 우리를 기다리는 상황을 향해.
그리고..... 그 길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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