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독이 아닌 약이다

이청원 VP(Value Provider) 승인 2023.12.20 13:34 | 최종 수정 2023.12.30 13:17 의견 0


고독은 혼자 있는 모습으로 왠지 멍청해 보이거나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것으로 치부한다. 심지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누구는 외롭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 하는 ‘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이를 자기 발전에 적극적으로 ‘약’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즉 매너리즘에 빠져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세계로 날아 갈수 있는 날개를 찾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심리적으로 현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무엇인가에 집착하다 보면 그것에 마음을 빼앗겨 빨려 들어들어 감으로써 내면의 속성을 드려다 볼 수 시간이다.

필자는 지난 이른 가을에 홀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오롯이 김밥한줄 들고 부여 성흥산성을 찾았다. 어떤 목적을 갖거나 특별하게 경치를 즐겨보려고 올라 간 것이 아니다. 마침 북적대는 서울에서 시골에 내려간 김에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날씨는 쾌청하고 그늘아래 서있노라면 시원한 바람이 스미는 가을의 초입이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참으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행이었다. 계절 탓인지 명산답지 않게 그야말로 오르내리며 맞추진 등산객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가로웠다. 난 ‘사랑나무’가 있는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동안 대화의 상대가 필요했거나 혼자라서 쓸쓸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저 자유로운 시간만으로 충분히 흡족했다.

등산을 할 때는 정상만을 바라보고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올라가는 동안에 정상보다는 수차례 뒤를 돌아 먼 곳을 바라보았다. 중턱쯤 오르다보니 굽이치는 비단 같은 금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올라 8부 능선에 보이는 광경은 전라북도 익산 웅포며 군산앞바다와 새우젓의 고장 강경이 한눈에 들어와 장관이었다. 마침 정상에 올라 사랑나무 밑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천지의 모두 것이 눈 아래 있었다. 어딘지 갇혀 있었던 가슴 구석구석이 확 열리는 것을 느꼈다. 도시에 살다보면 고층 아파트며 빌딩 속에서 위만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이곳은 모든 것이 발밑에 있는 것이 새삼스러워 보였다.

사방을 둘러보면 장항제련소와 부여 낙화암 그리고, 논산 훈련소며 서천 갈대밭 등이 눈앞에 있다. 장시간 열린 가슴으로 지난날을 회상하며 나를 찾아보았다. 너무 심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마음 구석구석을 뒤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모습은 다행히 혼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자연과 함께 숨수고 있는 이 성흥산에 백제의 도읍을 사수하기 위해 무시무시하게 돌로 축성하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터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무명으로 생을 마감했을 거라 생각하니 돌연 숙연해졌다.

과연 난 사회의 일원으로 세상과 함께 호흡하면서 내 삶을 위해 어떤 성을 쌓고 있는지 또한 사회에 무슨 공헌을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자연이 주는 무상의 혜택만 의존하여 정체된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하지만 다행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은 한 방향으로 경직되어 있지 않고 상상력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한편 안도감이 생겼다.

누군가는 혼자 있는 나를 보고 왠지 외로워 보이고 처량하게 여겨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그 옆에 누가 있었다면 수다를 떨거나 현실적 이야기에 빠져있었을 것인데 다행히 혼자이었기에 아주 값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오직 필자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일과 싸우는 도시인들뿐만 아니라 주부들도 늘 이런 시간 즉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고독한 시간을 갖기를 바랄 것이다.

고독은 당신에게 대자연의 판정자 앞에서 반드시 필요한시간이다.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새로운 가닥을 찾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대자연이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심리적 평화와 명확한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되며,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당신 자신과 진솔하게 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아라. 그 대화에서 얻은 통찰력과 명확한 가닥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보탬의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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