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전략적 R&D 투자만이 살길

정부는 난도는 높지만 혁신을 이끄는 도전적 R&D와 초격차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로 세계 최초·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연구를 응원하고 있다.

양성광 승인 2024.07.16 09:19 | 최종 수정 2024.07.16 10:29 의견 0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스위스 IMD가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평가 결과, 역대 최고인 20위 특히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 인구 5000만명 이상) 중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또한 USNWR의 ‘2024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에서도 미국 중국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이는 1964년 1인당 GNI가 103달러인 최빈국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이룬 기적과 같은 일이다.

여기에는 자녀교육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던 우리 부모세대의 희생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과학기술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과학기술 투자의 효과는 다양한 성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므로 지속적이어야 파급력이 크다. R&D 투자는 또한 규모 못지않게 방향과 전략도 중요하다. 기초연구는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이고 일관된 지원, 원천 및 상용화연구는 기술과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불과 몇년 전에만 해도 한참 우리 앞에 있었던 것 같은 일본이 이제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짝퉁 취급하던 중국도 어느새 우리 뒤에 바짝 쫓아와 있다. 머지않아 우리의 주력 산업도 일본이 우리에게 당했던 것처럼 중국에 내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우주, AI, 양자 등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리를 훨씬 앞질렀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는 초저출산 국가라는 점이다. 중국도 저출산 국가이지만 올해 대학 수능시험(가오카오)에 역대 최다인 1342만명(한국의 30배)이 응시할 정도로 젊은이가 많다. 인구가 곧 경제력이고 국력인 세상이다. 전략산업의 모든 기반이 중국에 비해 턱없이 왜소한 우리나라가 과연 어떻게 중국의 굴기를 물리칠 수 있을까.

결국 인구보다는 인재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전략기술 분야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감한 R&D 투자만이 중국과 대만 미국 EU의 틈바구니에서 버틸 유일한 희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2025년 정부 주요 R&D 예산안에서 AI(36%), 양자(32%), 이차전지(29%), 반도체·디스플레이(24%), 첨단 바이오(19%) 등 전략기술 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자동차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대학과 출연연도 이에 걸맞게 그저 그런 논문과 장롱특허만 양산하는 연구는 지양해야 한다. 살아남으려는 기업들은 원천성이 매우 높은 초격차 기술이거나 바로 쓸 수 있는 성숙도가 높은 기술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제 공공부문의 연구는 포장이 산학연 협력이 아닌 정말 기업이 할 수 없거나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를 푸는 연구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난도는 높지만 혁신을 이끄는 도전적 R&D와 초격차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로 세계 최초·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연구를 응원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기초가 튼튼하고 글로벌로 연결돼야 성공할 수 있다. R&D투자는 당장은 효과를 따지기 어려운 미래에 대한 투자다. 풀뿌리 기초연구와 전략기술, 글로벌 R&D에 대한 집중 투자로 세계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에 창의적 인재라는 실탄을 공급하자.


* 출처: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40715050400&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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