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매립장 사용 종료 시한 18개월

최주섭 승인 2024.06.05 09:32 의견 0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21대 국회가 2024년 5월 29일 끝났다. 5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쓰레기 소각을 넘어-자원순환사회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50여 명이 참석 가능한 장소에 주최 측을 빼면 쓰레기 소각장 건설 백지화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청중들이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토론회는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와 순천 국가정원 옆 쓰레기소각장 반대시민연대를 대표한 토론자의 주장과 호소가 있었다. 그들의 공통된 주장은 소각장 후보지 선정 절차의 공평성과 정보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토론자의 인터뷰에 의하면 해당 지역 내 소각장 설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쓰레기 소각장 문제는 위 지역 외에도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화성시. 고양시, 성남시, 평택시 등 여러 곳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소각장 문제는 정부의 쓰레기 직매립 금지 제도와 관련된다. 정부는 생활폐기물 매립지 부족 및 추가 조성의 어려움으로 2021년 7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5의 규정에 따라 수도권은 2026년 1월 1일부터, 비수도권지역은 2030년 1월1일부터 생활폐기물은 직매립을 금지토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그동안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에 반입되던 1일 25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든지 재활용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들은 해결방안으로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쓰레기 소각시설 신설을 공표했다.

수도권 발생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는 2025년 12월 말에 사용이 종료된다.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광역 지자체와 환경부는 2022년도에 대체 매립지 입지 후보지를 찾기 위해 1, 2차 공모를 추진했으나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가 없었다. 금년 4월에 3차 공모 설명회가 열렸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네 차례 열린 공모 설명회에 수도권 66개 시군구 중 40여 곳이 참석했다고 한다.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대체 매립지 유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비치거나 주민 반발을 우려해 참석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3차 공모는 매립지 면적 최소기준을 대폭 축소하고 선정된 지자체에 3000억원의 특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공모 시한인 2024년 6월 25일이 되어도 대체 매립지 후보 공모에 나서는 지자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에 하나 대체 매립지 공모 신청을 하는 지자체가 있다 해도 주민과 지방의회 설득, 입지 선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협의 절차, 매립지 타당성 조사 및 건설 계획 수립과 친환경 쓰레기 매립지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한 6, 7년 후 즉 2030년이 지나야 사용할 수 있다.

180일이 지난 후를 상상해보자.

'2026년 1월 1일 수도권매립지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매립지 인근 주민들 수백 명이 정문 앞에 바리 케이트를 설치하고 머리에 매립장 종료라는 띠를 두르고 서 있다. 쓰레기를 매립지로 보냈던 지자체들은 재활용 쓰레기를 제외한 쓰레기를 집 밖으로 내놓지 않도록 긴급조치를 내렸다. 제일 먼저 쓰레기를 쌓아 놓을 공간이 부족한 식당부터 임시 휴업을 내렸다. 시민들은 쓰레기를 몰래 버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쓰레기를 집안에 쌓아 놓을 공간이 부족한 가정부터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쓰레기 전쟁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정부와 3개 지자체가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필자는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 2019년부터 인터넷 신문<그린포스트코리아>에 여러 번 기고했다. 수도권매립지 관련 기고문으로 수도권 대체 매립지 설치 서둘러야(2019년 상반기), 새로운 수도권매립지 확보는 국가대책으로(2019년 하반기), 수도권매립지 다시 시작하자(2021년 상반기), 생활계폐기물 직매립 금지 대안을 찾자(2022년 하반기) 등이었다. 소각이나 매립 대신 재활용을 주장한 글도 탈 플라스틱 대책의 장애요인을 먼저 살펴야(2021년), 순환경제의 핵심은 물질 재활용이다(2022년), 폐플라스틱 물질재활용사업 걸림돌 제거해야(2023년),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의 전제조건(2023년) 등을 기고했다. 기고문 내용 중 몇 가지는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쓰레기 전쟁 같은 험악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머리를 짜내야 할 남은 시간은 18개월뿐이다. 3개 시도와 환경부가 서로 눈치를 보고 강 건너 불처럼 방관할 시간이 없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최소한 국무총리실이 주도하고 환경부, 자치행정부, 산업자원부, 국토교통부, 농림수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포함된 국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수도권 시민들이 매일 버리는 쓰레기 처리에 종합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화재 예방 비상훈련처럼 쓰레기 배출제로 비상훈련 기간을 정하여 분기별로 실시해보자.

또 상상해본다.

'18개월 남은 기간에 쓰레기 매립 제로 캠페인을 총 6회 시행하는 것이다. 첫 회에 쓰레기 매립 제로 기간 3일부터 시작해보자.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나타나면 매회 마다 보완책을 세워 7일, 15일, 30일, 60일, 120일까지 가보는 것이다. 지역 내 가정, 상점, 식당, 학교, 공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외에는 쓰레기 배출이 금지될 것이다. 주민들과 업소들에게 분리배출한 재활용 쓰레기 양이 곳곳마다 늘어날 것이다. 선별업체들은 이물질이 묻은 것들의 수거를 거부할 것이다. 지자체마다 재활용 쓰레기를 깨끗하게 배출토록 감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행히도 시민들의 협조가 성공적이면 종량제봉투에 넣을 쓰레기는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가정에 쌓인 쓰레기가 늘어나면 불평이 생기고 단체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8년 수도권 아파트에서 발생한 쓰레기 거부사태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바라보자. 공공 및 민간 선별시설마다 처리해야 할 재활용 가능 물량이 넘쳐날 것이므로 선별 인력과 광화학 선별장치의 확대, AI 로봇 선별 설비를 도입하여 잔재물을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존의 공공 소각장에서 처리하던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 쓰레기와 불연성 쓰레기의 전처리 선별장치를 도입해 소각량을 늘릴 것이다. 민간 재활용업체들은 지자체가 재활용 성형제품의 수요를 보장해주고, 포장재와 제품에 재생원료 사용 의무 제도가 시행되는 제도 변화가 눈에 보이면 최첨단 재활용설비를 설치하여 재생원료와 성형제품의 생산을 늘릴 것이다.

출처 : 그린포스트코리아(http://www.greenpost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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