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만 생각한 재활용불가제품,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다

폐기까지 책임지는 기업, ...깐깐한 정부가 역할을 해주어야

김지영(GCN독서모임 큐레이터) 승인 2024.05.09 09:45 | 최종 수정 2024.05.12 10:42 의견 0

소모임이나 회의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기들을 생각해 봅니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식료품들, 밀키트점이나 반찬가게를 이용한 식사준비. 이젠 새로운 플랫폼이 가세해 APP을 통한 빠른 배달을 통해 모든 걸 쉽게 얻고 있습니다. 분리배출이 난감한 복합용기와 다중포장이 많아 종량제봉투로 들어갑니다. 편리함의 상징, 레토르트 식품은 쓰레기 배출의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문구류, 여가용품, 출산용품, 장례용품까지도 금방 사용하고 버려지고 있어 보이지 않게 처리되었던 쓰레기는 이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람은 100세까지 산다고 하는데, 기업이 만드는 물건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요즘처럼 물건의 수명이 짧았던 시대가 있을까요? 그간 의식주를 취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건이 함께 해 왔습니다. 생산현장에서는 새로운 아이템들이 출시되고, 각종 매체와 SNS를 통해 매력적이고 편리함을 추구하며 다양한 상품들을 양산했습니다. 우리는 쉽게 사서 사용하다가 또는 그대로 빠르게 버립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쓰레기 다시 생각해야 할 때!

1970년대 이후 산업화의 질주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환경오염사건(페놀오염, 매립장 건립분쟁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1995년을 기억하십니까? 환경부가 쓰레기종량제를 시작해 쓰레기 발생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각 가정에서 지는 시작이었습니다.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발생량은 전국 평균 36% 줄었고, 1인당 쓰레기 발생량도 감소추세였습니다. 당시와 이후 십 여 년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큰 변곡점은 코로나시기였습니다. 환경부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결과(2021-2022)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이 버리는 일일 생활폐기물은 평균 950.6g으로 5년 전 조사(929.9g)보다 약 2.2% 증가했다고 합니다. 종량제봉투에 혼합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55.4g에서 330.8g으로 5년 전보다 약 29.5%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혼합 배출물입니다.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합성수지류(53.16→93.3g)가 75.5%가량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물티슈, 컵라면, 과자용기, 젖은 비닐, 음식물파우치용기, 일회용장갑과 마스크 등 편의점에 있는 물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물건들에 대해 기업은 재활용 표시를 했고, 유통업체는 진열해 판매했고, 소비자는 구매해 사용 후 버렸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버리는 영역에 대해 모두 쉽게 생각한 건 아닐까요? 코로나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폐기물양에 대해 재활용영역을 살펴볼 새가 없었을까요? 그 많은 에너지를 감당해 재활용할 수 있을까요?

기업은 새로움과 편리함을 알리며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합니다. 소비자는 그대로 길들여집니다. 과자․음료용기, 화장품류, 문구류에서 흔히 복합용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 법령 ‘분리배출 표시 지침’에서 ‘복합재질포장재’는 2개 이상의 소재ㆍ재질이 혼합되거나, 도포(코팅) 또는 첩합(라미네이션) 등의 방법으로 사용된 포장재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이런 제품을 구매했을때 분리배출 과정이 대략 난감합니다. 종이재질+금속, 플라스틱류+금속, 종이+금속+플라스틱, 심지어 고무재질까지....... 기업은 우리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선택될 수 있을까’만 고민합니다. 폐기단계에 대한 고민은 약합니다. 기업은 폐기물발생을 줄이기 위한 자체 재활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해 내면 안되는 시대입니다. 이젠 아이디어라고 모두 쏟아내고 상품으로 출원시키는 행위는 막아야 합니다.

정부도 그렇습니다. 시장에 복합재질이 출현하기까지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기업을 배려하며 봐주는 것은 지구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행동이며, 어린 세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좀더 까다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대상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소비와 폐기단계를 고려해 본다면 속도가 맞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생산하는 물건은 계속 넘쳐나고 소비해서 버리는 쓰레기는 함께 늘어나고 있는데, 폐기물이 모이는 곳은 어떨까요? 수도권 매립지는 2026년, 전국적으로는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됩니다. 서울 마포, 전남 순천, 경기 화성 등 곳곳에서는 소각장 증설을 앞두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 뒤에는 물건과 쓰레기가 함께 합니다. 물건은 수명도 되지 않았는데, 소각장으로 가서 태우고 물질변형이라는 이름하에 대기로 퍼져 다시 우리와 자연생태계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쓰레기 대란을 앞두고, 지자체 160곳에서는 소각장을 준비하고자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중입니다. 곳곳에서 주민들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처리하면 되고, 그 양이 계속 늘어나면 소각하면 된다는 발상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단계에서 지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 순환이 잘 되도록 책임질 수 있는 물건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원순환은 단위마다 자기 역할이 분명해야 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지영(GCN독서모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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