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출장의 첫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고객과 서로 인사를 하고, 명함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고객 또는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첫 미팅인 경우에, 평소 습관적으로 명함을 지참하여 인사 및 명함 교환을 해 오던 터라 낯설게 느껴졌었다.
글로벌 사업부에서 근무하면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로 비즈니스 출장을 다녔고, 특히 회사 내부 전략에 의해 인도네시아가 주요 해외사업의 진출 거점국가였기 때문에 자카르타로 비즈니스 출장이 많았었다.
시간이 지나간 후, 자카르타에서 비즈니스 미팅에서 명함을 받지 못하는 의문이 조금씩 풀리게 된 것 같았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한국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이 선불 모바일 폰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폰 상품 대부분이 데이터 요금제로 월, 정액 상품(전체 95%)을 선택하여 사용하지만 (나머지 5%는 한국 거주 외국인, 관광객 등이 선불폰 사용)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선불 모바일 폰으로 필요시마다 일정 금액을 충전하여 스마트폰 사용을 하는 사용자가 많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 모바일 폰 사용자의 약 97%가 선불폰을 사용하고 있다. (베트남(89%), 필리핀(96%), 태국(72%), 말레이시아(68%), 싱가포르(33%) 등의 순이다)
이는 개인의 소득수준과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선불폰의 경우 USIM을 쉽게 구매하고 또한 모바일 폰 번호를 수시로 쉽게 변경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사기 및 범죄가 자주 발생함을 알 수 있었다. 즉 폰 번호의 변경이 쉬움을 악용하여 피해를 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지인 및 직장 동료들은 외부로부터 걸려 오는 스팸 전화를 굉장히 싫어함을 알 수 있었고, Outbound 마케팅에 대한 수신 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응답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음을 알 수 있다. 전화를 수신할 때 어떻게 본인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는지 상담원에게 되묻곤 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비즈니스 미팅 시, 명함 교환을 쉽게 하지 않는 영향이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즉, 상대방에 대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야 소통이 쉽고 비즈니스 또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문화와 관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선불폰에 대하여도 모바일 폰 번호가 실명제로 바뀌어서, (외국인도 여권으로 본인을 인증하고 선불폰 등록) 예전과 같이 수시로 핸드폰 번호를 변경하는 경우가 대폭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가게를 개점하여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 신청서의 가맹점 관련 가입 정보를 기재할 때도, 가맹점 주인이 허위로 전화번호를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즉 가맹점 실사를 통하여, 이미 제출된 가맹점 신청 정보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가맹점주의 연락처 등이 허위기재로 인하여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경우 가맹점 주인을 만나서 상품 판매 대금에 대한 가맹점 입금 확인을 위하여 연락처가 정확하게 기재되어야 한다고 설득한 후에야 연락처를 정확하게 가르쳐 주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즉, 본인의 이해관계가 있을 때 비로소 정확하게 정보를 알려 준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과의 일정한 신뢰가 쌓인 후에 비즈니스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카르타에서 국영은행의 카드비지니스 컨설팅 수행을 통하여 은행 실무자부터 임원까지 신뢰 관계를 맺고 난 이후에, 이전에는 자카르타 파견직원이 미팅조차 하기 어려웠던 은행 담당자와 추가 영업을 위한 활동 등 관계관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음은 지극히 당연한 절차였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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